2004 유럽 인쇄광고
광고와 문화, 2004 유럽 인쇄광고
범인과 대치중인 경찰들이 사람수에 비해 턱없이 작은크기에 폭스바겐 Polo를 방패삼아 바짝붙어 숨어 있는데요. 카피가 이런 상황을 정리해줍니다.
Small but tough. Polo.
"작지만 강하다."
광고작품과 예술작품이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작품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이 철저히 의도되어 제작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용납하지 않고, 단 한방의 총알을 정확히 조준된 타겟에게 명중시키기 위해 헤드라인, 비주얼, 레이아웃, 텍스트를 완벽히 조합시킨것. 그렇기 때문에 광고의 기발함과 재치뒤에 숨겨진 치밀한 전략을 알고 보면, 추리소설에서 범인의 알리바이를 쫓아 의문을 푸는 것과 같습니다.
- 폴로 앞뒤 차들이 폴로보다 구식이고 덩치가 큰 점.
- 경찰차가 있음에도 폴로차 뒤에 숨어있는 모습.
- 몸을 피할곳 이라곤 차밖에 없는 상황.
- 화면 구도상, 경찰 반대편에 범인이 있을 법한 위치에 카피와 로고를 배치시켜 자연스레 시선을 연결시킨 점.
- 비주얼에서 궁금증을 유발하고, 짧은 카피에서 해답을 주는 추론 형식.
이 모든 요소들이 “폭스바겐 Polo“가 하고 싶은 단 한 마디 - ‘Tough'' 를 전달하기 위해 의도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광고 크리에이티브의 완전범죄도 “룰”이라는게 있습니다. 모 기업에서 대행을 맡길 때 크리에이티브 Evaluation이란 툴이 있다고 합니다. 몇가지 간략히 소개해 보겠습니다.
1. 의도된 커뮤니케이션 : 광고가 강화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지각. 인지. 습관. 믿음과 커뮤니케이션 하고 있는가?
2. 포지셔닝 : 브랜드 포지셔닝과 일치하는가? 일관되게 되어 있나?
3. 브랜드 이미지 : 광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정립 또는 강화하였는가? 핵심브랜드 이익에 도달했나? 톤앤 매너가 부합하는가?
4. 적절성 : 정의된 타겟에게 주된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 적절한 메시지를 제공하는가?
5. 뉴스성 : 강력하고 주목할 만한 신선한 메시지를 제공하는가?
6. 핵심초점 : 제품이 광고상에서 주인공인가? 핵심적 역할을 하는가?
7. 엔터테인먼트 : 보기에 재미있나? 유쾌한가?
8. 제작물의 퀄리티 : 매우 잘 만들어진 퀄리티의 작품인가? 세계적인 브랜드가 갖을만한 품질인가?
9. 전체적인 크리에이티브 : 제품과 브랜드 명을 분명히 식별시키는가? 헤드라인.비주얼.글.텍스트가 긴밀히 조합되었는가? 믿을 수 있는 증언인가?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가?
10. 헤드라인 : 즉각적이고 분명한가? 유머와 재치가 적절하고 탁월한가? 헤드라인속에 브랜드명이 들어가 있나?
11. 비주얼 : 제품이 주인공인가? 식품광고의 경우 오감을 자극하는가?
12. 레이아웃 : 큰비주얼-헤드라인-텍스트 순서인가? 레이아웃이 심플한가? 헤드라인과 분리되지 않았는가?
13. 텍스트 : 카피의 가독성이 높은가? 카피가 길 경우 블록화 하였는가? 뉴스 또는 긴요한 정보를 담았는가? 이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가? 이익이 결합된 Story Telling 구조를 갖고 있나?
보시다시피 챙겨야 할 사항들이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잘된 크리에이티브라 하여 소개된 광고들을 보면 얄미울 정도로 위에 조건들을 충족시키면서도 너무 쉽고 재밌게 풀어낸 걸 알 수 있는데요, 그걸 만들어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소리가 있습니다.
“깊게 고민하되 가볍게 터치하라”
“치밀한 이성과 경쾌한 감성의 끝없는 교감”
인터넷 매체의 급부상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이 시점에, 2004 유럽인쇄광고들은 매체특성을 극복하고, 어떤 방식으로 깊게 고민하고 가볍게 터치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2004년 유럽인쇄광고의 두드러진 특징
- 쓸데없는 욕심을 버린 과감한 비주얼 ( Rule 을 깬 비주얼 )
- 이해하기 쉬운 이익(슬로건)
- 의문을 던지는 비주얼, 답을 주는 카피 (추론형식)
- 카피와 텍스트가 사라졌다. 슬로건 단 한 줄만 존재
- 유머와 재치로 무장한 재밌는 광고
- 누구나 즉각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 표현이 분명하다. 모호하지 않다.
이전에 전혀 사용되지 않던 방식은 아닙니다만, 다른 방식들보다 올해 더 두드러진 점은, 그만큼 다른 방식들보다 더 효과적이다라는 뜻이 겠지요. 이런 방식들은 볼거리의 홍수속에서도 적극적인 광고보기를 유도하는데, 비정상적인 비주얼로 시선을 끌어 호기심을 자극하고, 그 호기심에 대한 답을 단 한 줄의(단, 이해가 쉽게 되는) 슬로건으로 다이렉트 연결 시킴으로써, 소비자가 메시지를 쉽고 분명하게 이해함과 동시에 기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아래 몇 가지 작품들을 더 감상해 보면서 제품별로 어떤 차이를 보이는 지도 살펴보겠습니다.
< 1 > 독일: Volkswagen Polo / “Tough. The Polo.”
위 광고의 특징은, 폭스바겐 폴로가 하고 싶은 단 하나의 차별화된 이익을 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보통 자동차 광고에서 흔히보는 비주얼의 룰을 깨고, 의문투성이의 비주얼을 던진 다음, 카피로 답을 주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폴로…터프하다.(강하다)"
< 2 > 프랑스 : Audi / "Audi A4 convertible. For the whole family."
위 광고도 역시 스포츠카 광고의 룰을 깬 비주얼이 특징입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타겟에서부터 룰을 깬 전략이 있었죠. 뒷좌석에서 비누방울이 퐁퐁 뿜어져 나오고, 역시 뒷좌석에 귀여운 오렌지색 소매의 아이 팔뚝이 보이는 이유는? 카피를 보니...젊은 부모를 타겟 삼았군요.
“Audi A4 convertible. For the whole family"
< 3 > 이탈리아 : Botega. / “Coffee with a smooth taste.”
Botega 커피가루로 울마크를 만들었습니다. 카피의 존재가 무감각하게 느껴질 정도로 비주얼로 다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제품의 장점을 기호로 탁월하게 연결하였습니다. 제품을 기호로 표현할 때, 단순히 제품의 한가지 속성과 기호의 한가지 속성이 일치한다하여 바로 적용시킬 순 없는데, Botega 커피의 따뜻함과 울의 따뜻함, Botega 커피의 부드러움과 울의 부드러움을 적절히 연결시킨 점이 돋보입니다.
< 4 > 영국 : Veet BIKINI KIT / "This summer put stubble trouble behind you."
비키니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의 몸매가 보입니다. 옥의 티도 보입니다. 첫 번째 광고는 해변에 야자수가 절묘한 위치에 여성의 다리와 겹쳐졌고, 두번째 광고 역시 멀리 있는 사람들의 머리카락이 절묘한 위치에서 겹쳐져 오해를 하게 합니다.
비키니 킷 광고는 콘돔광고와 마찬가지로, 직접적으로 표현할 경우 거부감을 안겨줘, 직접적인 비주얼로 표현하지 않는 방식이 많았는데요, 타겟의 심리를 꿰뚫음과 동시에 비키니킷이 필요한 T.P.O(Time Place Occasion)를 살려 거부감이 들지 않으면서도 정확히 어필했습니다.
< 5 > 벨기에 – ZAZOO condoms / “Use condoms.”
킹카로 보이는 남자가 한손엔 유아식, 한손엔 티스푼을 들고 엉망이 되어 있습니다. 역시 비주얼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카피가 답을 주는 방식인데요. 하고싶은 말은 바로 “콘돔을 사용해라."입니다.
일반적으로 콘돔광고는 제품을 사용하여 얻게 되는 이익을 제시하거나, 공포소구 등을 취하는데 반해, 위의 광고는 반대로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닥칠 불행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였습니다.
< 6 > 프랑스 - "Amnesty in International"
역시 룰을 깬 비주얼로 시선을 잡습니다. 어린이 책으로 보이는 일러스트레이션에 기관총을 든 어린이가 있고, 어린이가 살아 있는 사람을 묻는 상황을 그렸을까? 하는 반응을 일으키면서 주목시킵니다. 그러곤 카피에서 결정적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전세계 30만 어린이들에게 있어 전쟁은 단순히 전쟁놀이가 아니다."
“틀린 부분 7가지 찾으세요"
전시중인 나라의 아이들이 전쟁터로 내몰리는 현실을 알리는 공익광고였습니다. 심각한 현실을 더 강력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사진이 아닌 어린이와 더 가까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표현하여 현실의 잔인성을 더 극대화 시켰고, 아마도 이런 그림에 누구보다도 집중하게 될 아이갖은 엄마, 아빠들이 주 타겟이었다면 더더욱 효과있는 방법이었을 거라 생각해봅니다.
< 7 > 독일 : GWP media-marketing / “Your brand deserves better: print advertising.”
위 비주얼은 스포츠 경기 중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TV 스포트 라이트를 가장 많이 받는 장면이죠. 이런 장면을 왜 광고사진으로 실었을까? 역시 의문을 던집니다.
“당신의 브랜드는 더 나을 자격이 있습니다. 인쇄광고 하세요."
스폰서 입장에서는 돌발상황으로 인해 브랜드를 알릴 결정적인 찬스를 쉽게 놓치는 스포츠 스폰서 광고 보다는, 돌발 상황이 없는 인쇄광고를 함으로써 당신의 브랜드의 가치를 지키라는 메시지를 담기 위해 이 광고에서도 비주얼과 카피가 절묘하게 하모니를 일궈냈습니다.
< 8 > 덴마크 - THIELE'' Contact Lenses / "Contact Lenses. Never Out of Fashion."
광고 사진...하면, 세련되고 유행에 앞선다고 생각하는 룰을 깬 비주얼로 시선을 잡습니다. 우스꽝스러울정도로 유행이 지나도 한참지난 모습들인데요. 광고주는 콘텍트 렌즈회사였습니다.
“콘택트렌즈, 절대 유행에 뒤쳐지지 않습니다."
카피를 보고 안경 벗은 모습을 상상해니, 지금처럼 촌스럽진 않을거 같기도 합니다. 그러한 사진을 선별한 의도가 참신하기도 하고, 비교대상이 독특합니다. 콘텍즈렌즈 회사와 경쟁하지 않고, 안경과 경쟁하는 것은 THIELE'' Contact Lenses가 콘텍트렌즈 시장1위 제품이겠습니다. 이 광고 또한 안경과 콘텍렌즈를 번갈아 착용하는 소비자의 마음을 110% 꿰뚫은 작품입니다. 이익을 표현함에 있어 자사제품을 등장시키지 않는 과감성과 경쟁제품을 등장시켜 우회적, 역설적으로 설득한 점이 탁월해보입니다.
2004년 유럽인쇄광고는 인간에게 똑같이 주어진 24시간 안에, 누군가의 그 24시간 중 단 몇 초라도, 관심과 동의를 얻어내기 위해 열심히 골몰한 끝에 룰을 깨버리고 결국 그 시간을 빼앗아 설득하는데 성공했습니다. 2005년엔 어떤 방식의 광고들이 광고인들을 중독시킬지를 기대해 봅니다.
- 광고정보센터 : www.advertising.co.kr
도담기획 : 기획/편집/보고서/정기간행물/카달로그/브로슈어/기타인쇄물